오늘은 연인사이에서도 특정 성관계를 지목할 경우 강간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형법 제297조에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이 여부는 그 내용과 정도 및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연인 사이에 있으면서 범행(강간) 이전까지 수십차례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어느날 피해자가 상대방에게 결별를 통보하자, 가해자는 피해자의 마음을 되돌릴 생각으로 피해자를 찾아갔고, 그 과정에서(이 사건 당일) 반강제적으로! 성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관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피해자의 설득 등으로 헤어지게 되었는데,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가해자로부터 당한 성폭행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가해자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여서, 강하지 거부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고 그 이후의 관계도 헤어지는 과정! 이었습니다.(이와 같이 남녀 관계의 심리는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알 수 없고, 여성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언뜻, 연인 관계에 있으면서 행한 '수십차례의 성관계 중 특정 성관계만 지목하여 성폭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성립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지입니다. 당시 피해상황도 계속 생각나 고통이 계속되고 또 다시 가해자로부터 연락이 온다던지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수있기에 피해자가 이를 묵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잘못이라 할 것입니다. 결국 피해자는 결심하였고 고소장을 접수하게 되었습니다.

강간죄에서 상대방의 범행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본건과 같이 연인관계에서 발생한 경우 그리고 특정 성관계를 지목하는 것이라 더욱 그러합니다. 이러한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유력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당시 헤어지기로 통보한 문자내역,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가게 된 경위 등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등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적법한 증거로 인정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진술내용이 일관되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는 점 등입니다. 이에 더하여 이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을 뜻하는 ‘성인지 감수성’ 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기하여, 피해자 진술의 내용 및 진정성, 범행 이후 가해자의 행동 및 진술 등,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행사한 폭력의 정도 등을 판단합니다. 연인사이에서 이 사건 범행 전과 후에 성관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결국 위와 같이 모든 사정을 판단하여, 본건은 강간죄로 판단되었습니다.

이렇게, 강간죄가 성립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가해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및 그 신상정보를 공개·고지 결정도 받게 될 수 있고, 또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련기관의 취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부부사이에서도 성범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논의가 한창입니다. 한 이불을 사용하더라도 '명확히 오늘은 NO'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래 남편인데' 하면서 반 강제적으로 관계를 맺은 경우 어떻게 보십니까?. 상황이 이러한데, 부부가 아닌 연인관계라면 당연히 성폭행 인정되고 그 입증 또한 가능합니다.